케이트의 아트마켓 28
색채의 창조와 독점권 (1)
글. 케이트 리
2021.09.01
- 특허 등록된 색채 제조 기술
- 색상의 독점적 사용권으로 인한 갈등 초래도
아티스트와 색채는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색은 예술의 영감인 동시에 표현이고 전달 매체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아티스트들이 색에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특정 색채의 염료는 희소해서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고가인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군청색(ultramarine)을 꼽을 수 있다. 군청색은 전통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채굴되는 준보석인 청금석(lapis lazuli) 가루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중세시대부터 19세기 들어 합성 대체 물질이 개발되기 전까지 유럽에서 엄청난 가격을 지불해야만 구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들은 천국이나 하늘의 색을 입히기 위해 고액의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군청색을 얻으려 애를 썼다. 이러한 일례들을 통해 예술가의 색에 대한 집념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특허 등록된 색채, 블루
이브 클랭(Yves Klein), 푸른 조화(L'accord bleu) (RE 10), 1960. Photo: Jaredzimmerman (WMF) via Wikimedia Commons.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예술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브 클랭(Yves Klein)은 골드, 핑크 등 단일한 색채로 이루어진 모노크롬(monochrome) 작품을 많이 남겼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고 몰두했던 색상은 푸른색이다. 그의 푸른색에 대한 집중은 결국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내고 1960년 특허(patent)까지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군청색을 띠는 IKB (International Klein Blue)이다. 이후 클랭의 시그니처 색상이 된 IKB는 그의 수많은 모노크롬 작품이나 조각 등에서 볼 수 있다.
클랭은 이 푸른색을 "애초에 아무것도 없고, 다음에 심오한 공동(空洞; nothingness)이 있으며 그다음에는 푸른 심오함이 있다"라고 묘사했다. 아름다운 IKB 색상을 동경하고 사용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들과 디자이너들이 있었지만, 특허로 인해 정식 IKB를 사용하려면 클랭과 함께 이 색채를 제작한 파리의 미술재료 공급상에서 구입해야 했다. 이러한 제약으로 말미암아 IKB와 최대한 유사한 색상을 만들어 사용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다.
색채의 독점적 사용권
밴타블랙(Vantablack). Photo: Surrey NanoSystems via Wikimedia Commons.
색에 대한 독점적 사용으로 이슈가 된 일은 보다 최근의 사례에서도 이어진다. 영국의 서레이 나노시스템즈(Surrey Nanosystems) 사가 개발한 밴타블랙(Vantablack)은 현존하는 합성물 중 가장 검은 물질 중 하나이다. 밴타블랙은 빛을 99.965% 흡수해 빛 반사가 거의 없는 성질을 띄고 있어 스텔스 위성 등의 제작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다. 그런데 2016년 연구팀이 스프레이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밴타블랙을 만들어 낸 후 아티스트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와 예술 작품을 위한 독점적 사용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술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즉, 카푸어만이 밴타블랙을 사용해 예술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거꾸로, 뒤집힌(Upside Down, Inside Out), Phoenix Art Museum, Phoenix, 2003. Photo: Kevin Dooley via Wikimedia Commons.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는 인도 출신 영국인 조각가이다. 그의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한 설치 작품들은 30여 년에 걸쳐 동시대 예술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로 꼽히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카푸어의 작품들은 빈 공간과 구멍 등의 특징을 갖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빈 공간들은 어두운 색의 면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손을 뻗어 확인하기 전까지 실제 뚫려 있는 구멍인지 식별이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카푸어 작품에 색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그의 색에 대한 유별난 욕심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한다.
하지만 색채의 독점적 사용권은 곧바로 예술계의 비난으로 이어졌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이어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004&oid=108&aid=0002985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