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4
그림은 어디서 살까? (1)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03.10
- 1차 마켓과 2차 마켓
- 아트딜러, 갤러리, 아트페어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니콜스 캐니언(Nichols Canyon), 1980. Photo: CNN, Justin Kamp via Wikimedia Commons.
미화 약 4천100만 달러(한화 약 450억 원). 이 액수는 지난해 12월 뉴욕 필립스(Phillips) 경매에서 '2020년 전 세계 경매 최고가' 4위에 랭크되며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니콜스 캐니언(Nichols Canyon)’이 판매된 경매가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이런 엄청난 거액은 그저 별세계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우선, 그림을 사는데 꼭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비싼 작품이어야만 개개인에게 가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가까이할 수 있는 예술작품은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일까?
1차 마켓과 2차 마켓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시장이다. 그림도 미술시장, 즉 ‘아트 마켓’에서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아트 마켓이라는 장소가 직접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종종 그림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아트 마켓은 어디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을까?
아트 마켓은 크게 1차 마켓과 2차 마켓으로 나누어진다. 1차 마켓은 작가가 완성된 작품을 처음 판매하는 곳이고, 2차 마켓은 한 번 이상 팔린 작품이 재거래되는 시장이다. 다시 말해 1차 마켓에서 구입한 작품을 재판매하려면 2차 마켓으로 가면 된다.
1차 마켓에서는 작가, 아트딜러, 갤러리, 그리고 아트페어가 주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소비자인 컬렉터는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을 구입하거나, 갤러리 또는 아트페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컬렉팅 초보자인 구매자가 작가와 직접 거래하거나, 아트딜러를 통해 그림을 구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갤러리
갤러리는 예술가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중간 역할을 담당한다. 갤러리마다 자신들이 담당하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기획전, 초대전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고 작가를 대신해 위탁 판매하는 것이다. 갤러리들은 특별한 기획의 유료 전시회를 제외하고는 작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상점들처럼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여타의 물건을 쇼핑하듯 작품을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면 된다.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므로 상주하는 갤러리스트에게 문의하거나 가격 리스트를 요청할 수 있다. 전시된 작품 옆 또는 가격 리스트에 빨간 동그라미가 표시된 작품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판매되었음을 나타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0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갤러리는 2019년 기준 475개로 집계되었다. 갤러리도 다른 상점들 같이 그 크기나 주로 전시하는 작품들의 라인업이 천차만별이다. 처음부터 대형 화랑에서 작품을 구매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작은 규모의 화랑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도록 권한다. 갤러리들이 구경하러 온 입장객에게 판매를 은근히 강요하거나, 빠른 판단을 재촉하는 일은 거의 없는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쇼핑하면 된다.
아트딜러(Art Dealer)
아트딜러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편이다. 게다가 작가진을 포함한 폭넓은 인맥도 갖고 있는 전문가이다. 이들은 특정 갤러리 소속이거나, 개인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아트딜러를 통해 미술품 구입을 하는 경우, 직접 원하는 바를 얘기하고 협의를 거쳐 딜러가 구해오는 작품을 거래하면 된다. 물론, 딜러에 따라 작품 선별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발품을 파는 수고를 덜어 주고, 특히 구매자가 직접 구하기 힘든 작품을 손에 넣게 되는 장점도 얻을 수 있다.
아트페어(Art Fair)
The Other Art Fair, 런던, 2013. Photo: The Other Art Fair via Wikimedia Commons.
갤러리들이 일반 상점들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면, 아트페어는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을 연상시킨다. 국내외 갤러리들이 일정 기간 한 공간에 모여 각각 부스를 마련하고 그들이 대표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 판매하는 곳이 아트페어다. 요즘에는 갤러리뿐만 아니라 작가들을 선별하고, 이들이 직접 개별 부스를 마련하는 아트페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트페어는 한 자리에서 각 갤러리의 전시 작품들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미술계의 흐름도 볼 수 있어서 컬렉팅을 시작하려는 구매자들에게도 유익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위에 언급된 ‘2020 미술시장 실태조사’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전국 주요 도시에 49개나 달하는 만큼 가까운 곳을 찾아가 보면 된다.
2차 마켓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이어 이야기하기로 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108&aid=000294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