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8

전시 작품을 망가뜨렸다!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04.14

- 초고가 작품을 실수로 훼손한다면?

- 민.형사적 책임 절차와 보험회사의 대처 사례들

- 훼손 작품 복원 후 가치 급등 기현상도


지난 3월 말 서울 롯데월드몰에 전시 중이던 미국의 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 존원(JohnOne)의 5억 원대 작품인 '무제(Untitled)'가 20대 커플에 의해 훼손돼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전시장에 장식으로 놓여 있던 붓으로 이 작품에 자국을 남겼는데, 붓과 페인트가 있어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고가의 예술품이 손상되는 일은 실제로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자연재해나 화재 등 사고로 인해 작품이 파손되기도 하지만 부주의한 관람객에 의해서나 고의로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또 운송이나 설치 중에 작품이 망가지기도 하는 등 훼손의 원인이나 유형도 다양하다. 예술 작품이 훼손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일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다면?

발가락이 부러진 나폴레옹의 여동생 조각상


안토니오 카노바(Antonio Canova), 비너스로 분장한 폴린 보나파르트(Pauline Bonaparte as Venus Victrix), 1805-1808. Photo: Architas via Wikimedia Commons.


작년 8월 이탈리아 카노바(Canova) 미술관에서 신고전주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Antonio Canova)의 작품 '비너스로 분장한 폴린 보나파르트(Pauline Bonaparte as Venus Victrix)' 석고 모델이 오스트리아 관람객에 의해 훼손되었다. 이 부주의한 관람객은 셀피를 찍기 위해 조각상의 무릎 위에 앉는 포즈를 취하던 중 조각 작품의 발가락 3개를 부러뜨렸다. 이런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보고 없이 사라졌던 이 관람객은 결국 미술관장에게 편지를 보내 자수했다. 미술관의 신고로 이탈리아 경찰이 조각을 훼손한 관람객 일행의 티켓 예매인까지 알아내는 등 수사망이 올가미처럼 좁혀져 오자 관람객 스스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형법에 따르면 예술 작품을 훼손한 사람은 10만 유로(한화 약 1억3천6백만 원)의 벌금과 함께 8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당시 보도에 의하면 트레비조(Treviso) 지방법원은 이 관람객을 기소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이나 예술 기관들은 관람객의 작품 훼손 행위에 대해 제각각 다른 신고 절차 및 대응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하나로 일반화할 수 없지만 대체로 다른 사람의 재산 또는 국가 등의 문화재에 손해를 가한 경우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다. 또, 민사적으로도 손해에 대한 배상 등 책임이 따르게 될 수 있다.

작품 손상 후 대응 – 복원 및 가치 판정, 처분 등

대부분의 대형 갤러리나 미술관 등은 예술 작품의 파손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 두고 있다. 이 경우 작품이 손상되면 보험회사가 복원 전문가와 손해사정인을 통해 훼손의 정도와 복원 가능성을 파악하고, 복원이 가능한 경우 그 방법을 제시한다. 작가나 작품 소유주가 복원에 동의하면 복원작업 후 감정사가 작품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된다. 아무리 훌륭하게 복원된 작품이라 할지라도 손상 전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로 판정되거나 복원비용이 작품의 가치보다 클 것으로 판단되면 보험회사는 전손(全損. total loss)으로 간주하고 약관에 따라 피보험인에게 보험금을 지불한다. 전손인 작품은 아트 마켓에서 공식적으로 영구 삭제되며 보험회사가 처분하게 된다.

복원이 되었다 해도 작가가 복원 후 작품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저작인격권'에 의거해 더 이상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하거나, 또는 감정사들 간의 평가액이 불일치해 법적인 논란이 일어나는 일들도 있다.

미디어 보도의 행운 – 훼손작 복원 후 가치 상승 기현상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꿈(Le Rêve), 1932. Photo: NichoDesign via Flickr/Creative Commons.


스페인의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꿈(Le Rêve)'은 훼손돼 복원을 한 뒤 오히려 가치가 급상승한 기현상 사례로 꼽히는 작품이다. 지난 2006년 당시 소유주였던 미국의 카지노 거부 스티브 윈(Steve Wynn)이 자신의 팔꿈치로 그림을 치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작품이 약 15cm가량 찢어졌다. 당시 이 작품은 미화 1억3천900만 달러(한화 약 1천570억 원)에 미국 헤지펀드 기업 회장 스티븐 코언(Steven Cohen)에게 판매가 약속된 상황이었으나 거래가 취소되고 작품은 복원되었다.

예상 밖의 해외 토픽성 사건에 당시 언론과 예술계가 폭발적인 관심을 나타내면서 작품은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결국 2013년 코언은 미화 1억5천5백만달러(한화 약 1천751억원)에 이 작품을 구매했다. 복원으로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명세와 함께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어쩌다 보니 작품이 훼손된 뒤 대응 과정을 거쳐 운 좋게 높은 가격을 받는 진귀한 일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대비하고 조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108&aid=0002947186